가족은 의식이 가장 늦게 놓이는 자리다

 









가족 관계는

가장 오래된 이야기로 엮여 있다.

누가 맏이고
누가 희생했고
누가 책임졌고
누가 문제였는지

이 이야기들은
사실이라기보다
한 번 굳어진 위치에 가깝다.

가족 안에서
사람은
쉽게 자기 자리를 잃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과거의 역할로 불리고
아무 선택을 하지 않아도
예전의 이름으로 불린다.

그래서
의식이 자리 잡았다고 느끼다가도
가족 앞에서는
다시 흔들린다.

확인은
여기서 가장 집요해진다.

그래도 나는 딸인데
그래도 나는 엄마인데
그래도 나는 맏이인데

이 말들은
책임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은
되돌아감이다.

이미 간 사람은
가족을 버리지 않는다.

다만
가족 안에서
자기 역할을 내려놓는다.

엄마로서의 나
딸로서의 나
형제로서의 나

이 정체성들은
사랑의 이름으로
사람을 묶어둔다.

그래서
의식이 자리 잡은 사람은
가족에게
설명하지 않는다.

왜 그렇게 사는지
왜 그렇게 선택했는지
왜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은지

설명은
다시 역할로 돌아가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확인하지 않는 사람은
가족의 기대를
자기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실망시킬까 봐
불안해하지 않고
이해받으려 애쓰지 않는다.

그 대신
존중의 거리가 생긴다.

가깝지만
침범하지 않는 거리
사랑하지만
대신 살지 않는 거리

이 거리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갈등이 줄어든다.

문제가 해결돼서가 아니라
문제가
더 이상 중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가족은
이 변화를 견디지 못한다.

예전으로 돌아오라고
은근히 요구하고
다시 역할을 맡기려 한다.

그때
의식이 시험된다.

다시 설명할 것인가
아니면
조용히 설 것인가

이미 간 사람은
다시 설명하지 않는다.

침묵하거나
짧게 말하거나
필요한 만큼만 거리를 둔다.

그건 냉정함이 아니다.

자기 인생을
자기 자리에서 사는 선택
이다.

가족 안에서
의식이 자리 잡으면
사랑은 달라진다.

덜 희생하고
덜 얽히고
덜 아프다.

대신
더 오래 간다.

가족은
의식을 시험하는 마지막 장소다.

여기서
되돌아가지 않으면
삶 전체가
정렬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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