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식 관계에서 의식이 놓이지 않는 이유













 


부모–자식 관계는

사랑으로 시작하지만

가장 쉽게 역할로 굳어지는 관계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해서 붙잡고
자식은
사랑받기 위해 남아 있다.

이 구조 안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계속 확인한다.

잘하고 있는지
실망시키지 않았는지
여전히 필요한 존재인지

그래서
의식이 가장 늦게 내려놓아지는 것도
이 관계다.

부모는
자식을 통해
자기 인생을 확인하고

자식은
부모의 반응을 통해
자기 가치를 확인한다.

이 확인이 끊기지 않는 한
관계는
계속 과거에 머문다.

이미 간 사람은
자식을 버리지 않는다.

다만
자식의 인생을
자기 인생 안에서 빼낸다.

이건 냉정함이 아니다.

사랑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붙잡는 사랑에서
존중하는 사랑으로.

대신 살아주는 사랑에서
각자의 삶을 허락하는 사랑으로.

이 지점에서
부모는 가장 불안해진다.

내가 빠지면
저 아이는 괜찮을까
내가 관여하지 않으면
길을 잃지 않을까

이 불안은
자식에 대한 걱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역할을 잃는 두려움이다.

자식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물러나면
이상하게 허전해진다.

간섭이 줄어들었는데
자유보다
공허가 먼저 온다.

이 공허를 견디지 못하면
자식은
다시 부모를 부른다.

확인받기 위해
문제를 만들거나
의존을 유지한다.

그래서
부모–자식 관계에서의 각성은
서로 동시에 오지 않는다.

대부분
한쪽이 먼저 놓는다.

놓는 쪽은
사랑이 줄어든 게 아니라
의식이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자기 인생에서 내려놓을 때
자식은
처음으로
자기 인생을 산다.

자식이 부모의 기대에서
빠져나올 때
부모는
비로소
자기 삶의 빈자리를 본다.

그래서
이 관계의 전환은
아프다.

하지만
이 아픔은
상실이 아니라
정렬의 통증이다.

의식이 자리 잡은 부모는
말이 줄어든다.

조언하지 않고
해결하지 않고
대신 지켜본다.

의식이 자리 잡은 자식은
설명하지 않는다.

이해받으려 애쓰지 않고
허락을 구하지도 않는다.

그 사이에
처음으로
성인과 성인이 만난다.

부모–자식 관계에서
의식이 놓이는 순간은
서로를 덜 사랑할 때가 아니라

서로의 인생을
침범하지 않을 때
다.

그때
관계는
가벼워지고
길어지고
조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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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과. 부모인 나에게 더 이상 짐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두 마음이예요. 근데 세상살이에 진이 빠져서 인지 더 이상 내가 도울힘도 없네요. 그저 각자의 길을 잘 가길 바랄뿐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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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말 깨닫고 갑니다
    내 인생에서 결합된 자식인생 빼내기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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