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부형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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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문제없이 자란다.
공부도 했고,
사고도 치지 않았고,
어른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컸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한다.
“나는 괜찮다.”
하지만 이 말은
안심이 아니라
버팀이다.
이 어른은
자기 감정을 느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기쁘거나 슬픈 게 아니라,
먼저
“상대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읽는다.
관계에서 늘 먼저 묻는다.
지금 이 말을 해도 되는지
이 감정을 느껴도 되는지
상대가 불편해하지는 않을지
그래서
갈등이 생기면 사과부터 한다.
잘못이 없어도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게
더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어른은
책임감이 강하고
참을성이 많다.
하지만 그 책임감은
자유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버려질까 봐
생긴 것이다.
사랑을 받으려면
유용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쉬는 법을 모른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자기 가치가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혼자 있어도
늘 누군가를 신경 쓰고 있고,
누군가와 있어도
자기 자신은 빠져 있다.
이 어른의
가장 큰 착각은 이것이다.
“나는 예민하다.”
“내가 너무 많이 느낀다.”
사실은
반대다.
이 사람은
자기 감정을
너무 늦게 느낀다.
어릴 때부터
남의 감정을
먼저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의 어느 순간,
이 어른은
이유 없이 지친다.
아무 일도 없는데
무겁다.
그때 처음으로
이 질문 앞에 서게 된다.
나는
언제부터
나 없이
살고 있었을까.
흥부·놀부 관계 시리즈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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